

먹지 않아도 배부릅니다.
풀리지 않는 피로에 하루 종일 눈을 비빕니다. 욕심껏 지고 온 나물로 인해 어깨며 팔다리가 늘어난 것인지 평지를 걷는데도 중심을 잡지 못하며 비틀댑니다. 이때까지 봄 산을 다녀도 나물 한 움큼 뜯지 않았습니다. 큰집이며 친정집 밭에 지천으로 늘린 것이 나물이고 보니 욕심도 없었지만 뜯다보면 짐이 되어 걷기 힘들다고 아예 살피지도 않았습니다. 오죽했으면 남편이 당신은 어째 산을 그만큼 다니면서도 나물 한 주먹 뜯어 올 줄을 모르냐고 타박을 했을까요, 그랬던 내가 요즘, 집을 나설 때마다 오늘은 무엇을 뜯을까 고민합니다. 유난히 늦게까지 눈이 내렸던 봄이라 땅속에서 지정대던 나물들은 웃자란 듯 하면서도 건드리면 부러질 듯 연하고 기름을 바른 듯 반들거리는 모습에 저절로 손이 가서입니다. 욕심은 욕심을 낳는다고 나물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부터 내 몸은 주인 잘못만난 값을 톡톡히 치루고 있습니다. 오늘 산행 길에는 유난히 나물이 많았습니다. 연두색을 띤 것 대부분이 나물이었기에 발 떼기가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그렇다고 다 뜯어 올수도 없고 보니 대부분은 감탄만 연발하며 지나왔습니다.
사람들은 제 각각 좋아하는 나물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부지갱이를 어떤 이는 곤대서리를 어떤 이는 삼나물에 고비, 깨치미를...
탐스럽다고 보이는 족족 다 뜯다보면 정작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나타나면 뜯을 수가 없기에 빈 가방을(나는 그렇게 못하지만) 메고 오는 한이 있더라도 목표를 확실하게 정하고 가방관리를 해야 합니다. 난 이상하게 깊은 산골짜기에서 자라는 엉겅퀴가 좋습니다. 포기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 실속 없는 나물로 취급받아 남들은 별로로 여기지만 국거리용으로는 이만한 것이 없기에 엉겅퀴만 만나면 가방이 터져나가라 뜯어 넣습니다. 오늘도 그렇게 채워 넣은 나물이 걸을수록 무개가 늘어나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하산 길은 강도 높은 유격훈련 수준이었습니다. 집까지 지고 오는 것으로 끝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다듬고 삶아야 끝이 나는 일이고 보니 온몸은 녹초가 되어 밤에는 끙끙 앓기까지 했습니다.
너무 피곤해도 깊은 잠이 들지 않습니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구르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못다 한 어제 일을 마무리하며 실실 웃었습니다.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말을 이럴 때도 쓰는 것인가 봅니다..
2010년 5월 7일 박경필